가장 듣고 싶었던 말 장유새댁

산후도우미 이모님 왈 " 한 달까지가 가장 힘들다. 그리고 차차 나아져요~ 잠도 더 잘 자고 먹기도 더 많이 먹는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후화~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했다.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다.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육아가 힘들 줄 몰랐다... 알았다면 가슴 깊이 아이 또는 임신을 원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기를 가지고 태교를 하며 엄마가 되는 마음의 준비를 했더랬다. 그러나 실전에서 육아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
이 정도에 무너질 줄이야... 출산의 고통도 이겨내는 강한 엄마인 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을 알리는 총알탄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은 이 것이 나의 한계치구나 ㅜ'

예전의 예비 엄마였던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면 더욱 더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기와 임신 그리고 출산에 대한 환상을 고이 젚어두라고 말이다. 장르로 굳이 비유하자면 임신은 로맨스였고 그 후의 육아는 하드코어 스릴러라고 ... (100% 진심임) 이것이 여지 껏 한달 되지 않은 육아 소감이다. 

 이렇게까지 육아를 힘들게 느낀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먼저, 조리원에 가지 않고 바로 그것도 내 삶의 터전인 우리 집에서 출산에 곧이어 육아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한 템포 쉴 겨를도 없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생전 처음으로 신생아 를 돌보게 되었다.
(그래도 이 점은 참 잘한 것 같다. 아기가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 많이 불안하고 힘들텐데 말이다)

자연출산은 회복이 빨라 육아에 바로 투입되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왜 이리 힘이드는지 ㅜ
(어떤 출산이든 간에 고통의 총량은 역시 줄어들지 않는 모양 이다. )
임신 중 틈틈이 키워온 체력은 금새 방전되었다. 그리고 건강식으로 열심히 먹는대도 뭔가 계속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분명 수면부족 때문일 것이다.
화장실에 잠시 갈 틈도 없이 24시간 내내 5분?! no no ~ 5초 대기조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다보니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삼았다.
'그래~ 이 시점에 인큐베이터에 누워있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ㅎ ㅜ'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잠을 잘 못자서 그런 것일까?
임신 전에는 약간의 빈혈과 저혈압이 있어서 앉았다 일어서면 머리가 띵-하게 아팠다. 그런데 임신하면서 철분제를 열심히 먹었고,.. 출산 후에도 이것저것 (특히 미역국)을 잘 챙겨먹어서인지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누워서 수유하고 있다가 앉았는데 머리가 띵-했다. 게다가 쉴 새도 없이 아기가 칭얼거려서 안고 거실에를 돌아다녔다. 밥 먹을 새도 안주고 화장실도 못가서 아기만 안고 계속 어슬렁 어슬렁 집 안을 걸어다녔다. 그러다보니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여기서 무너지면 정말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아 정신을 바로 차렸다.
'도우미 이모님이 오실 시간이 다 되었다. 조금만 있으면 구세주가 온다!!!  참자~' 하고 말이다.

아기와 단둘이 혼자 있는 시간이 아직은 아무래도 서투르고 불안하다. 누군가라도 옆에 있어주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그게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남편은 집안 일 도 많이 도와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니까 ㅜ 오롯이 엄마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는 가끔 흔들린다. 초보 엄마로 다시 태어나면서 과연 이 전과는 다른 내가 될 수 있을까?
성질난다고 해서 멋대로 성질 부리지 않고 말이다.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온화하고 부드러운 면모를 갖춘 자상한 엄마로 급변?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에게 가끔 나는 텔레파시 를 보낸다.
'아가야~ " 그러면 나만이 들리는 소리로 답해준다 '네 ㅎ 엄마^^' 이렇게만 해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때로는 '아가야 엄마 딱 20분만 잘 수 있게 해줄래? 너도 같이 잠들면 엄마가 쉴 수 있어" 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말 아가가 깨지 않고 쪽잠이나마 잘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나 힘들고 지쳐있던 내면을 흔들어 아기에게 넌지시 마음 속으로 메세지를 보냈다. 
"아가야~ 엄마 지금 너무 힘들어" 하고 솔직하게 말이다. 그랬더니 잠시나마 유모차에 눕혀도 깨지 않고 잘 잤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가 될 자격 테스트를 치르지 않고 부모가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것 같다.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조만큼 아기를 어르듯이 스스로를 토닥이면 그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저절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세상 밖 다른 엄마들을 바라보며 아기만 낳으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서 현실 감각은 떨어지고 자동적으로 멋진 엄마가 되어 있지 않았다.
수유하며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며, 기저귀를 하루에 열댓번 갈아주면서 그리고 아기의 울음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또는 아기가 곤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아기에 대한 책임을 더욱 느끼고 엄마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가야는 표정이 아주 다양하다. 배냇짓이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이틀 째 되던 날 밤에 잠도 못자고 회복도 하나도 안 된 상태였다. 그렇게 앉아서 수유하다가 지쳐서 멘붕을 넘어서 증오가 차올랐다. 그런데 그 옆 침대에서 (나와 아기는 온돌 바닥에) 코를 골며 태평하게 잠을 자는 남편이 보였다. 거실에는 우리를 위해 멀리서 친정엄마가 와 계셨다.
누군가 도와주고 있던 그 상황에서도 너무 힘이 들어 그만 "아이씨!!!!'하고 짜증을 내버렸다. (남편이 자고 있던 침대쪽을 향해)
그럼에도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고 심지어 살짝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그 괴로운 상황에서 어이가 없어 나도 웃음이 났다. 

 그 때부터 아이는 표정을 통해, 내가 가만히 지켜보는 걸 알리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깜찍한 표정을 지어대면서 엄마의 마음을 사르르 만져준다. 가만히 그 얼굴을 들여다보면 남편과 많이 닮은 딸이라고 하지만 내 어릴 적 얼굴도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가는 걸 발견한다. 깨어 있을 때는 어떤가? 검은 눈동자를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신생아치고는 놀랍도록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다. 흰 자보다 더 큰 검은 자를 빛내며 자기 앞에 아른 거리는 사람의 모습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인다.

 태교할 때는 그토록 아기와 교감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서는 오히려 그런 노력이 덜 한 것 같다.
눈에 보여서일까? 뭔가 보이면  보는 그대로 알고 있다는 착각을 했나보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많은 변화가 하루하루 마다 나타난다. 장난 삼아 재본 것이지만 키도 1센치나 더 크고 머리고 더 커진 게 눈으로 보일 정도다.

이런 교감을 소홀히 한 덕분에 신생아의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다는 한탄을 했다. 그 속마음을 다 알 순 없어도 아이도 어느정도 자신의 의사를 끊임없이 표현해 내고 있는데 말이다.  
예로, 기저귀도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젖만 계속 물리고 있는 바보같은 엄마였다. 어느 순간 응아를 하고 찝찝해서 울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래서 하루하루 일기를 써도 쓸 것이 많은 요즘이다. 그런데 아이의 수면 패턴과 나의 생활 리듬이 맞지 않은 관계로 시간적 여유를 못 찾았다. 글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나름 고통이었다. 그나마 임신 중에는 누구도 듣고 있지 않을 지언정 글을 쓰면서 속풀이를 했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는 남편을 붙잡고 속풀이 하는 것에 그쳤다. 남편은 언제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어이없는 질문이 되돌아 와서 그것도 그저 말뿐이었음을 짐작케한다.

 도우미 이모는 매일 배마사지 를 해주신다. 출산 후 다시 홀쭉해졌지만 아직 들어가지 않은 배를 마사지 받다보면 안에 있는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닌 10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오롯이 산모인 나를 위해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이 크나큰 위로가 된다. 아가는 이 때 옆에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잠에 깨서 칭얼대기도 한다. ㅎㅎ

그리고 생각을 했다. 우리 (친정)엄마도 보면 배가 이렇게 나왔던 것 같은데...
엄마가 자주 얘기하던 똥배 레퍼토리가 있다. "아가씨 때는 44몸매에 청바지 단추가 꼭 잠겼는데 ... 너희들 낳고 나왔던 배가 아직도 들어가지 않는다" 하며 말이다. 그 때는 그저 흘려들었던 말이다.
또 저소리 혹은 다이어트에 대한 실패담이려니 하고 들었다. 그런데 내 배가 엄마의 똥배를 닮아가고 있다. 몹시 뜨거워서 부풀어 올랐다가 푹 꺼진 계란찜과 같은 둥그스름하고 쳐진 똥배말이다.

우리 아기 신생아 시절도 이제 거의 지나간다. 오늘이 태어난 지 25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는 알아서 고개를 양 옆으로 돌려가며 잔다.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태어난 아가야와 함께 한 힘들었던 한 달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우리 아가야가 울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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