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때를 한 꺼풀 벗기다 - 전등사 템플스테이

처음 재단에 도착하여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물끄러미 화면 슬라이드만을 바라보고 있자니

주말 아침 내가 여기 와서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친구들이 스키 타러 가자고 했을 때 거기나 따라갈 걸 하는 어처구니 없는 후회도 살짝 했다. 한 마디로 어색해서 어딘가로 숨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 때 어떤 한국인 참가자분이 어떻게 템플 스테이에 참여하게 되셨어요?무슨 비밀이라도 캐묻듯이 물어보았다. 그렇게 한국인 참가자들과 처음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인천국제교류재단에서는 간혹 재미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우연히 이번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템플 스테이는 사실 언젠가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였다. 오래 전 지방에 여행 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있다. 함께 갔던 여행객들과 덩달아 우연한 기회로 절에서 하루 숙식을 한 것이다. 그 때는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거의 잠도 못 자고 큰 부처상 앞에서 염불을 하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그 때는 템플스테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닌게 아니라 절에서 하루 자고, 씻고, 먹고 오는 것이 템플스테이 아니겠는가?


이번 프로그램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둘씩 짝을 지어 조금 더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색한 첫 대면 가운데에서 서로 파트너가 생겨버렸다. 나의 파트너는 체코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다. 한국에 온지 몇 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한국이 마냥 재미난 동양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이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깊숙이 이해하는데 불교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역사가 불교 문화와 얼기설기 얽혀 있으니까 말이다.

 

서구화되고 현대화 된 도시에서 조금만 변두리로 나와보면 인천에는 갈만한 곳이 많다. 우리가 간 곳은 고인돌, 화문석, 순무 김치 등으로 유명한 강화도였다. 먼저, 광성보에 들러 강화도 땅의 슬픈 역사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이것을 외국인 친구들에게 전달하려니 어려움이 있었다. 나조차 생소하거나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문물을 받아드리지 않으려던 쇄국정책과 시대상 외국에서 자꾸만 찾아오는 외세와 무력으로 싸울 수 없었던 선조들. 이 모든것이 역사적인 비극으로 다가왔다. 계속해서 파트너에게 “Do you understand?이라고 물었지만 심각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시대를 다룬 사극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점심을 먹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 전등사에 도착하였다. 예전에 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절에서 1 2일 숙박을 하게 되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이 절에 왜 전등사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전등(電燈)을 말하는 것일까? 새삼 궁금했다.

 

 먼저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안내해 줄 스님을 만났다. 유명한 책을 많이 쓰신 혜민 스님이나 법률 스님 혹은 틱닛한 스님 정도는 불교를 몰라도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절에서 실제 스님을 만나게 되니 새롭게 느껴졌다. 도일 스님을 따라 전등사를 한 바퀴 돌면서 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전등사만의 특별한 것이라면 절을 지키는 누렁이와 대웅전의 추녀를 들고 있는 원숭이 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날 저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여덟 시 반 즈음 자리에 누워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전등사 왔어! 인증샷하고 참가자들과 찍은 사진을 함께 보냈더니 조금 있다가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근데 전등을 사는 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아친구도 아마 전등이라는 의미가 하나 이상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잘 이해했다면 전등(傳燈) 부처의 빛을 전한다는 의미이다. 겨울의 산사는 더욱 고즈넉한 매력을 풍기는 것 같다. 밤이 어두워서 이른 시간에도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다음 날 네 시반 기상을 했다. 기독교로 치면 새벽기도 같은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법당으로 가서 세수도 안하고 108배를 시작했다.

처음 어떤 종교를 접하면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하나의 생활 양식이라고 생각하니 그 거부감이 덜했다. 예를 들어, 이 곳이 태국이나 미얀마라면 합장을 하거나 108배를 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 경험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처럼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인만큼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야심경도 따라 읽고, 합장하고, 절하고 하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한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침에 한 발우공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루를 머물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각자의 발우에 음식을 담아 먹었다. 발우는 바리때라고도 불리고 스님들이 공양하는 그릇이다. 네 개의 대접은 각각 밥, , 찬 그리고 물을 담는다. 그리고 음식을 조금의 남김이 없이 다 먹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그릇을 김치 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씻은 물까지 다 마신다. 이 의미심장한 의식을 하고 나니 평소의 삶에서 조금 더 의식을 하여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고 모든 것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제목에 썼듯이 삶의 때를 한 꺼풀 벗기는 시간이었다. 일상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방해가 없이 호흡만 관찰하며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전등사에서 발길을 돌리기 전에 솟대에 많은 염원들을 적어서 묶어 놓았다. 내년 정월대보름에 태우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 때 즈음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전등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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